21세기 크로스오버의 또다른 방법론을 제시한 골드베르그 변주집의 명작! 현대 음악을 연구함에 있어서 바흐의 존재는 특별하다. 바흐의 음악들은 요즘 대중음악(또는 실용음악)을 공부하는 지망생들에게 있어 재조명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팝/재즈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나타냄에 있어 바흐의 곡들을 재편곡하여 보여주는 기현상을 낳았고, 결국 바흐의 존재는 꼭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필자를 비롯한 모든 대중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가로 남았던 것이다. 왜 초중생들이 배우는 음악교과서에 그 이전세대들의 작품들을 뒤로하고 16세기 바로크 음악부터 기재가 되며(이전 음악가들인 기욤 듀파이와 조스켕 데 프레 등의 위대한 음악가들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일컬어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지는 바흐가 남긴 역작들(후세대의 어느 음악가도 따라 올 수 없는)의 세련미와 특유의 종교성에서 기인한다. 본 음반에서 연주된 골드베르트 변주곡은 바흐가 당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증 완화를 위해 만들었던 곡으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마태 수난곡 등의 바흐의 작품과 더불어 가장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바로크 시대의 걸작중의 걸작이다. 그중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이야기할 때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은, 비록 한 개인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일지언정 바흐가 지니고 있는 특유의 종교성과 장엄함, 세련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크음악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큰 특징은, 현악이 중심이 되는 연주와 템포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 등이 이야기될 수 있겠는데, 이 골드베르그 변주곡도 당시의 전형적인 바로크 음악의 특징을 많이 닮아 있다. 본 작품은 독일의 칼 뮌힝거에 의해 설립된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협주곡 작품 연주집이다. 하지만 단순한 연주작품은 아니다. 곡 중간중간에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만이 연주하는 재즈연주가 담겨 있는데, 이것은 슈튜트가르트 오케스트라의 두 멤버, Kalman Olah(피아노)와 Mini Schulz(콘트라베이스)가 연주하고 있는 멋진 버전이다. 이 듀오는 같은 레이블에서 발표된 또다른 바흐의 변주작품 'Sketches From Bach Cello Suites'라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을 변주한 연주집에서도 멋진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재즈적인 감수성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특히, Mini Schulz의 경우는 국내에서도 몇 번의 내한공연을 통해 재즈매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크로스오버 재즈밴드 Saltacello의 멤버로서도 유명한데, 그런 음악적인 역량을 음반 전체에 걸쳐 이끌어 나가고 있다. 실로 대단한 시도라 생각하는데, 이것은 클래식 매니아와 재즈 매니아를 동시에 겨냥해보겠다는 오케스트라의 의지가 담긴 시도이고, 그 시도는 일단 좋아보인다. 일부 완고한 클래식 매니아들에게는 사랑받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일단 하나의 작품전체를 재즈적인 감성을 넣어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필자와 같은 재즈매니아들에게 크게 각광받을 만한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또 이 작품에서는 글렌 굴드 등이 지휘한 바흐연주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Aria' 가 맨 첫 번째로 등장한다. 마치 카이저링크 백작에게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속삭이는 차분하고 감상적인 선율은, 이 앨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한 메타포이다. 이어지는 연주는 바로 Aria를 피아노와 클래식의 재즈 소품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앨범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이런 구성들은 비단 클래식에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이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 슈투트가르트 오케스트라의 아량어린 포석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높은 벽으로 인해 아무리 이렇게 유명한 작품이라도 앨범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슈투트가르트 오케스트라는 이 작품을 통해 클래식음악이 주는 어려움의 선입견을 낮추고자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은 이 음반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과거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Keith Jarrett,Jacques Loussier 등)이 보여주었던 바흐 음악의 해석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그들은 바흐의 멜로디를 재즈화시켜 완전히 재즈로만 연주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이었다. 그들이 재즈 아티스트인 연유로 재즈 안에서 계속적인 발전을 이루었을 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그 작품들은 클래식 매니아들이나 재즈 매니아들이 모두 외면하는 참패를 당했다던가, 아니면 재즈 매니아들만이 그 음반에 집중하는 벽이 생성되었던 좋지만은 않은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은 그 중심에 바흐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연주자들의 중심은 연주자들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 음반은 바흐가 그 중심에 있다. 그리고 클래식 연주가 주는 어려움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강력한 오케스트라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마치 "바흐는 클래식 연주자들만이 점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작품 전체에 걸쳐 새로운 감성을 입혔고, 정말로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두 연주자의 재즈연주는 이 명작에 환하고, 밝은, 그러면서도 스위티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만이 가지는 종교성, 세련미를 절대 버리지 않고 있다. 재즈버젼에서의 Kalman Olah와 Mini Shulz의 연주는 연주자 자신들이 바흐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의식의 흐름을 자신들의 연주로서 이야기한다. 본작의 최대 의의는 바흐 음악의 새로운 재해석이자, 바흐 음악의 단순한 편곡이 아닌 바흐 음악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음악의 미학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앞으로 이 앨범은 앞으로 21세기 클래식 연주자들의 '크로스오버 연주' 음반 또는 연주활동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골드베르크 변주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될 명작이다. [YES24 2003-08-14 zing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