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Shindler
Blue Solitude
살타첼로의 리더인 피터 쉰들러의 피아노 독집 앨범.
수록곡인 사티의 짐노페디가 광고음악으로 쓰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주 심플한 소품 형식에서 왈츠와 탱고, 즉흥 연주에 이르기까지
피터 쉰들러는 쇤베르크와 스톡하우젠 등의 현대음악가들로부터 작곡의 모티브를 취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고정된 카테고리를 넘어서려는 다양한 시도의 연주자이다.
클래식적인 앙상블과 재즈의 리듬섹션을 뒤섞는가 하면, 여러 나라의 민족음악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파스텔로 그린 자그마한 그림책, 그 속에 담긴 이야기 독일인들에게는 명철하고 차가운 지성이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위대한 철학자를 많이 배출했다. 철학은 뜨거움을 간직한 얼음-. 바하, 베토벤 그리고 쉬톡하우젠에 이르기까지 독일인들은 열정을 찾아 헤멨다. 그러나 정제된 아름다움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피아노는 본질적으로 차가운 악기이다. 금속의 현을 햄머로 두드려 내는 소리이기에 그 맑은 기운 속에서 체온을 찾기 어렵다. 맑은 기운과 따스함이라는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잘 융합하는 것이 피아니스트들이 풀어야 할 화두이다. 그렇기에 리스트는 뜨거운 광기를 가지고 건반을 두드렸고 쇼팽은 각혈을 하며 선연한 피를 건반에 쏟아 내지 않았는가. 그리고 조지 윈스톤은 강둑에 줄지어 서있는 플라타나스를 불어오는 바람을 그렸다. 자연을 통해 우리의 호흡을 그려낸 것이다. 피아노와 독일인의 지성 - 이 모두 차가운 소재들이 아닌가. 그러나 피터 신틀러의 음악에서는 따스한 체온이 느껴진다. 그는 따끈한 녹차를 좋아하고 쿠바의 열정을 동경한다. 그리고 이태리 남부 지중해에 떨어지는 밝은 햇빛을 좋아한다. 그의 친구들로 구성된 5인조 그룹 살타첼로가 이태리어의 살타레(뛰어넘다)에서 유래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햇살을 담고 싶어한다. 나는 이 음반을 처음 들으며 얼핏 언젠가 페터가 내게 말한 햇살을 연상했다. 그러나 살타첼로의 두 번째 앨범 세컨드 플러쉬의 자켓에서 본 그 눈부신 햇살과는 다른 햇살이었다. 11월 오후의 햇살일까? 싸하게 다가오는 고독을 잔잔하고 여린 햇살이 감싸고 있었다. 그 햇살 속에서 나는 피터의 시심(詩心)을 보았다. 그 고독한 시심에는 꿈과 동경 그리고 외롭지 않은 방랑이 있다. 앨범 첫 곡인 영원한 청춘에는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는 젊음이 있다. 그러나 그 열정은 방향성을 잃지 않고 지성으로 제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타이틀 곡인 Blue Solitude는 어떤가. 신비함 속에 담겨있는 그것은 분명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선험적인 모습이다. 그 설레임에는 동양적인 미스테리가 숨쉬고 있다. 주술적 신비가 아닌 너무나도 건강한 동양의 신비-. 내가 피터와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이러한 긍정적인 모습 때문이다. 이 음반에는 유머, 재치, 우아함 그리고 다양한 컬러로 채색된 여러 가지 감정이 함께 한다. 누군가 파스텔로 그린 자그마한 화집을 한 장씩 넘겨가는 기분이다. 동화와 같은 아름다움과 타락하지 않은 방황이 숨쉬고 있다. 그리고 설레임이 있다. 쌔근 쌔근 잠든 꼬마가 있는가하면 귀가 긴 당나귀가 있다. 버려진지 오래된 정원에 핀 장미도 있다. 나는 이 한 장의 앨범을 들으며 다양한 꿈을 꾸었다. 앨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에릭 사티에 접근한 피아니즘에서는 고대 이집트에서 초대 교회로 이어진 비의적인 느낌이 있고 우아한 볼룸의 화려함과 새로운 불루스적인 감각도 있다.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의 우아한 춤과 어린 왕자의 꿈 그리고 눈썹과 수염이 하얀 노인이 있다. 나는 콩나무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간 자크와 같은 기분으로 페터가 직접 쓴 각 곡의 소네트를 읽으며 한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피터 신틀러가 한오백년(Moon Choral)을 통해 동양의 신비한 정서를 표출해내는 것이 고맙기만하다. 더구나 도시에 갇힌 우리들에게 거꾸로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있으니 그에게 무어라 고마움을 전한단 말인가. 그는 한오백년에서 보름달의 유혹을 보았고 그 유혹에 홀린 동양인들의 신비한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 김진묵(음악평론가)
슈투트가르트 음대에서 오르간과 피아노, 작곡을 주요 전공으로 하고 재즈와 대중음악을 연구한 피터 쉰들러의 첫 솔로 앨범으로 'Moon Choral(한오백년)', 사티의 '짐노페디'와 그노시엔느 외에 자작곡을 수록했다. 새로운 정신과 애매모호하지 않은 정확한 화법, 즉흥성으로 사티를 만난다. 서정성과 감각은 맞닿아 있지만 전통적 뉴에이지 음악들에 대안을 제시하는 열정적인 터치와 속주가 있고, 아름다운 크로스오버의 색채와 표정이 있다. 수없이 많은 피아노 솔로 앨범들이 감상적, 인상적 요소로 승부를 걸고 있지만 페터 쉰들러의 클래시컬 재즈는 독일인의 냉철한 지성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곡의 모태가 되는 18편의 자작 소네트에 투영된 내면세계는 그만의 피아니즘을 대변하면서 삶의 다양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 월간 CD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