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독일의 재즈밴드 ‘살타첼로’(Saltacello)의 리더로서 였다. 이태리어의 살타레(SALTARE: 뛰어넘다, 도약하다)와 첼로의 합성어인 그룹 이름이 시사하듯이 음악의 전통적인 관례와 첼로의 한계를 뛰어 넘고자 하는 시도와 노력을 꾸준히 해왔으며, 특히 우리의 독특한 정서를 세계인의 구미에 맞도록 재생산하는 작업으로 이름을 떨쳐온 살타첼로. 재즈나 클래식, 또는 그 둘의 새로운 변형과 우리 시대 음악의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려는 의욕적인 면모와 크로스오버 음악을 대중적인 차원에서 성숙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정규앨범과 공연 실황앨범을 통해 한국민요와 가요를 새롭게 연주해온 이들은 지난 월드컵기간 중에도 내한하여 예술의 전당 공연과 거리응원전 공연을 비롯, 12일간의 전국공연을 가진 바 있다. 올해 초 세계음반박람회 콘서트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신곡 '매그넘 가야금'을 가야금앙상블 ‘사계’와 국내 초연했고 '나그네 설움', '진도 아리랑', '옹헤야', '강원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강강수월래’ 등 기존의 레퍼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포스코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Lullaby'로도 친숙한 이들의 내한은 독일 국영 다큐제작팀에 의해 동행 취재되기도 했었다.
프로젝트 그룹의 리더이자 작곡과 편곡을 겸하는 피아니스트인 피터 쉰들러는 살타첼로 멤버인 색소폰주자 피터 레헬과 함께한 역사적인 명동성당 라이브 콘서트 음반, ‘파이프스&폰즈’(2000), 피아노 솔로 앨범 ‘블루 솔리튜드’(2000),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기타리스트 장승호와 함께한 스페인의 선율‘스페니시 하트’(2002)를 내놓은 바 있다.
1960년 검은 숲의 장관을 이루는 독일의 아름다운 소도시 알텐스타이그에서 태어난 그는 7살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12살부터 11년간 교회에서 오르간 주자로서 그리고 성가대 지휘자로서 활약하며 교회 오르간 연주 분야를 파고 들었고 슈트트가르트 음악대학에서 오르간과 피아노, 그리고 작곡을 주전공으로, 재즈와 대중음악도 연구했다. 슈트트가르트 ‘씨어터 인 더 웨스트’(Theater in the West) 극장의 음악 감독을 맡으면서 뮤지컬과 리사이틀의 제작 공연을 맡으며 무대 음악까지 작곡하게 됐다. 슈트트가르트 국립극장 제작 파트의 주요 게스트로, 광고, 라디오와 영화음악들의 작곡자로, 학교 수업이나 콘서트에서 불려졌던 그의 곡들은 유명 어린이 합창단인 ’Aurelius Boys'의 음반으로도 발매되었다.
그룹 살타첼로 활동과 그 외의 듀오, 솔로, 그리고 2001년 1월의 '정' 프로젝트 활동에 이르기까지, 피터 쉰들러의 음악적 힘은 탄탄한 교육적 배경과 클래식과 재즈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섭렵한 다양한 경험, 그리고 음악적 창조를 위한 열려있는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음반 ‘정 - With rocks and stones and trees'에선 서양인 쉰들러 형제(피터와 그의 동생 볼프강 쉰들러)와 한국의 해금주자 강은일, 중국의 대표적 전통악기 얼후 연주자 젠팡 장 등이 18세기 영국시와 일본의 전래 멜로디에 곡을 붙여 함께 작업했었다. 진정한 퓨전이라는 용어가 어울릴 만한 시공간적 크로스오버라 평가받았다.
그의 작업들이 갖는 독특한 장점은 이러한 장르의 예술성 위에 대중성의 감각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 우리의 전통미학을 빌린 외국인의 작품은 드물지 않으나 실험적이고 순수 예술지향적 차원에 머물러왔고, 때문에 여러 민속음악의 정서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을 생산해온 살타첼로의 작업이 눈길을 끄는 것이다.
“타문화의 음악과 고유한 문화적 배경에서 그것은 친숙한 형식과 정서로 함께 표현해 내는 것은 하나의 도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완전히 새로운 내면세계로 향하는 일이겠지요. 관점에 따라서는, 양쪽을 교대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듣는 이에게는 각기 다른 문화의 여정을 기약하기도 합니다. 음악 교육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무분별하거나 ‘개념없는 혼재’와는 차별되는 늘 새로운 시도에 대한 열린 가능성이란 충실한 기본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노력 못지 않게 호기심도 중요하구요. 관심을 갖도록 해주는 것, 다양하게 다르게 길들을 제시해줄 수 있는가의 문제는 기술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술보다는 자세의 문제, 본질의 문제라고 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 5년간 우리 음반제작사 굿 인터내셔널과의 각별한 인연과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레코딩이야기, 연주스케치와 내한공연스케치 등이 담겨 있는 한독합작의 뮤직 다큐멘터리 DVD가 2003년 7월 출시된 바 있다. 살타첼로의 스튜디오와 실황 녹음을 망라한 국내 최초 SACD의 작업도 계획 중이다.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국제A/V박람회와, 일본 도쿄 콘서트하우스 등에서의 살타첼로 연주 일정이 잡혀 있다.
한 장르가 가지는 지상적 가치를 하나씩 둘씩 버리면서 출발한 크로스오버가 지난 반백년간 라틴음악의 세계화를 이루어왔듯이 이제 어쩌면 우리 음악의 세계화라는 열린 가능성, 그 한복판에서 우리는 이렇게 더 이상 남이 아닌 외국인 아티스트, 피터 쉰들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글.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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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쉰들러 Profile
독일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피터 쉰들러(1960년생)는 7세에 피아노, 12세에 교회 오르간을 치기 시작했다.
1972년부터 1983년까지 알텐쉬타익 (Altensteig)에 있는 홀리 스피릿 교회에서 정규 오르간 주자로서 그리고 성가대의 지휘자로서 활동하며, 여러 앙상블의 멤버 및 리더를 맡기도 했다.
1979년 독일의 저명한 음악 인재들을 배출하는 대회로 유명한 'Jugend musiziert' 대회에서 작곡상을 수상하였다.
1980년 명문 슈투트가르트 음악대학에서 피아노, 오르간, 그리고 작곡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986년에 이 교육과정을 마치고, 역시 동대학에서 1988년까지 재즈와 대중음악 연구를 시작했다.
1988년 학업을 마친 후, 헤일브론(Heilbronn)극장에서 음악조감독 직책을 얻게 된다.
1990년 슈투트가르트의 ‘Theater in the west‘극장의 음악 감독 자리를 맡게 되어, 여기서 쉰들러는 뮤지컬과 리사이틀 제작과 공연책임을 맡아 여러 편의 무대 음악 작곡을 하게 된다.
1990년과 1996년 사이에는 슈투트가르트와 에스링겐(Esslingen)에 위치한 다수의 국립 극장에서 제작 분야의 초빙작곡가로 활동하였다.
다른 분야의 활동으로 뮤직 스튜디오 작업을 꼽을 수 있는데, 1986년부터 수십편의 TV광고, 라디오, 영화 음악들을 작곡하였으며, 그중, 전쟁 이야기를 다룬 예술영화 등은 음악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어린이 노래집(Songs for children)을 작곡하였으며, 이 노래집은 슈투트가르트의 카루스(Carus)출판사에 의해 출판되어, 유명한 어린이 합창단인 아우렐리우스 보이스(AURELIUS Boys)가 부른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1995년 쉰들러가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는 5인조 첼로재즈앙상블 살타첼로(SaltaCello)를 창단했다.
1992년부터 쉰들러는 색소포니스트 피터 레헬과 함께 듀오를 결성, 색소폰과 교회 오르간이라는 특이한 악기의 배합으로 음악 및 콘서트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작업한 결실은 CD "Pipes and Phones'에서 들을 수 있다.
한국음악과 문화에도 관심과 애정이 남달라 그동안 자신이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재즈앙상블 살타첼로를 통해 옹헤야,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나그네설움, 강강수월래 등을 재즈로 새롭게 해석해 유럽에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또, 가야금소리에 매료된 쉰들러가 가야금과 첼로를 위해 작곡한 를 서울대 출신의 4인조 가야금 앙상블 사계와의 협연으로 프랑스 칸느에서 초연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