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품있는 고가구처럼 정겨운 집시 재즈
집시 재즈계의 거장 기타리스트 크리스티앙 에스쿠데는 아버지로부터 집시 기타라는 숙명과도 같은 가업을 이어받아 평생을 집시 기타 연주에 바쳐왔다. 1985년 '장고 라인하르트'의 아들이자 기타리스트인 '바빅 라인하르트'와 함께 시작하여, 지금은 장고 라인하르트의 손자인 '데이비드 라인하르트'와 함께 이어가고 있는 그의 기타 트리오의 이름도 '집시'라는 뜻의 지탄 트리오(The Trio Gitan)이니, 그의 삶과 음악 모두 '집시'를 빼놓고는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우연히 현재 지탄 트리오의 다른 한 명의 기타리스트인 '장 바티스트 라야'의 이름과 데이비드 라인하르트의 성을 조합하면 장고 라인하르트의 본명인 '장 바티스트 라인하르트(Jean Baptiste Reinhardt)'가 된다. 이렇게 장고 라인하르트로부터 우연과 필연, 자의와 타의 모든 면에서 강한 유대를 가지고 있는 그의 음악은 즐겨 사용하는 깁슨 기타 특유의 톤과 같이 따스한 낭만과 여유로운 우아함이 담긴 맛을 더하고 있다.
집시들의 낭만적 기질과 재즈의 자유로움
2005년에 발표한 앨범 에서 'Progressive Sextet'이라는 이름으로 '마르셀 아졸라'의 아코디언과 '스테판 기욤'의 색소폰을 더해 섹스텟으로 확장된 기타 앙상블을 선보였던 크리스티앙 에스쿠데는 2010년 작인 이 앨범 을 통해 지탄 트리오와 클라리넷, 바이올린이 포함된 셉텟(Septet)의 구성으로 보다 다채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기타가 함께 연주하는 유쾌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첫 곡 'Moulin Gouge'는 크리스티앙 에스쿠데의 곡으로 꽤 빠른 비트에 세 대의 기타가 리듬과 솔로를 주고 받는 복잡한 연주에도 불구하고 곡이 가진 위트로 인해 무척 편하게 들린다. 이어지는 'Choti', 'Made in France', 'Delphine A Lancien' 세 곡의 연작은 '장고 라인하르트', '비랠리 라그렌', '미셀 르그랑'의 작품을 연주했는데 마치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곡처럼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크리스티앙의 곡인 'Catalogne' 에서는 드럼을 손으로 두드려 마치 콩가처럼 연주하는 리듬 위로 펼쳐지는 기타와 클라리넷의 솔로가 주는 긴장감이 무척 짜릿하다.
Moulin Rouge / Track 1
장고 라인하르트 유산의 낭만적 승화
Christian Escoudé의 앨범 [Catalogne]은 참여한 뮤지션들부터 남다르다. 장고 라인하르트의 손자인 David Reinhardt, 프랑스 각종 신인상, 솔로상을 휩쓸고 있는 Anne Paceo와 SACEM(작곡가와 음반 제작자 협회)의 “젊은 재능상”을 3회 수상한 Fiona Monbet 등 현재 프랑스 재즈씬에서 가장 핫한 신진 뮤지션들이 이 앨범에 참여했다. 음악에 부드러운 섬세함을 더하는 클라리넷 연주자 Thomas Savy와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Darryle Hall, 현란한 기타로 Christian Escoudé와의 능숙한 조화를 보이는 기타리스트 Jean-Baptiste Laya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프랑스 재즈씬의 예비된 거장들의 연주 역시 좋은 감상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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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Escoudé의 앨범 [Catalogne]은 장고 라인하르트부터 미셸 르그랑까지, 3대의 기타와 클라리넷, 바이올린을 포함하는 셉텟으로 듣는 낭만적인 유로피안 집시재즈의 정수이다. 프랑스 재즈 아카데미가 선정하는 ‘장고 라인하르트 상’ 수상자이자 솔로에서 빅밴드까지 60여 장 이상의 음반을 발매한 집시 재즈의 대부 Christian Escoudé. 그가 진두 지휘하는 앨범[Catalogne]은 천편일률적인 음악에 지친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