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타첼로 제3집 ‘SALTED' - 새로운 재즈의 지평, 한국적 컬러 살타첼로- 이제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첼로를 앞세운 독특한 재즈 사운드로 재즈계에 명함을 내민지 불과 서너해만에 살타첼로는 탄탄한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들의 배경에는 몇가지 설득력있는 배경이 있다. 우선 첼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아이디어의 성공이다. 이는 관악과 타악위주로 전개되는 재즈 사운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것이 클래식적 사운드로의 회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시적인 혹은 한정된 재즈 사운드의 변화를 예고한다. 이는 이들이 클래식의 전통이 강한 독일의 그룹이란 점과 무관하지 않다. 원색적인 재즈 사운드에 실내악적인 향기를 불어넣는데 성공한 것이다. 현대재즈의 방향성 가운데 커다란 주류를 이루기 시작한 것이 민속악과의 결합이다. 이들은 데뷔 앨범(on the way)부터 라틴의 민속적 사운드를 도입, 자신들의 개성적인 색채를 이루었다. 이들이 한국과 인연을 맺고 부터는 우리의 독특한 정서를 세계인의 구미에 맞도록 재생산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있고, 이것이 적중하여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룹의 리더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피터 신들러의 음악적 상상력 또한 살타첼로가 도약하는데 커다란 밑받침이 되고 있다. 그의 탄탄한 교육적 배경과 클래식과 재즈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섭렵한 다양한 경험 그리고 음악적 창조를 위한 열려있는 정신이 그것이다. 예술가들에게 창조력을 자극하는 정신적 이미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창조의 원동력으로 모든 예술의 성과를 가늠하는 출발점이 된다. 피터가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의 많은 부분을 우리 전통음악에서 찾고 있음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예술의 본질이 페이소스(슬픔, 悲의 美)에 있음을 볼 때, 우리 전통음악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각별하다. 슬픔이 없이 예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슬픔은 삶의 또 다른 정점을 의미한다. 피터는 이러한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우리의 전통미와 결합하는데 성공했다. 살타첼로의 가장 큰 장점은 예술성은 물론 대중성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의 전통미학을 차용한 외국인들의 작품을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실험적이고 순수 예술지향적 차원에 머무르기에 그 존재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서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을 생산한 외국의 아티스트로 살타첼로를 효시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룹의 드러머인 헤르베르트 바흐터는 독일에 있는 한국음악을 공부한 사람(독일인)에게 우리 리듬을 배웠다고 한다. 그가 대나무로 만든 장구채를 들고 TV 프로그램에서 필자와 인터뷰하던 인상적인 장면이 기억난다. 그는 이미 열채?궁채 등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본 앨범은 살타첼로의 세번재 앨범이다. 두 번째 앨범 ‘Second Flush'에서 한국적 성향을 보인 이들이 본 앨범에서는 더욱 강한 한국적 이미지를 담았다. 펑키 스타일의 ’짜라투스트라‘에 이어 유연한 멜로디의 삼바와 폭스트롯에서 살타첼로 특유의 매력이 살아난다. 그리고 발라드 곡인 ’Lost Lotus'를 지나 뜻밖에 우리민요 ‘옹헤야’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앨범의 전반부에서 이미 이들의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 그 다양성 가운데 일관되어 흐르는 살타첼로의 개성적인 사운드-. 볼프강의 신들러의 첼로와 피터 레헬의 테너색소폰이 이들 사운드의 전면에 나서서 살타첼로 특유의 유연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우리민요 ‘강강수월래’에 있다. 휘영청 달밤에 부녀자들이 손을 잡고 원형으로 둘러서서 추는 군무(떼춤)가 ‘강강수월래’가 아닌가. 영호남 특히 전남 해안일대에서 성행되던 우리의 춤노래를 독일의 재즈그룹과 유명한 슈트트가르트 챔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강강수월래’의 단편적인 가락이 느리게 반복되어 나오다가 굿거리 장단을 타고 나오는 대목은 압권이다. 자진굿거리로 변형되어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과정 역시 일품이다. 이는 우리 음악형식의 특질이다. 느린 리듬에서 점점 빠른 리듬으로 전개되는 형식은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기 어렵다. 원래의 ‘강강수월래’는 중모리?중중모리장단으로 슬슬 나아가다가 자진굿거리의 빠른 속도로 춤과 노래가 바뀐다. 본 앨범에서는 이러한 패턴을 현악앙상블의 풍부한 화음과 재즈그룹의 열광적 애드립으로 채색했다. 우리의 독특한 정서가 세계화의 옷을 갈아입는 순간이다. 앨범 후반에 수록된 ‘Green Park Bossa'는 살타첼로가 99년 여름 한국을 찾았을 때 도심의 소음을 피해 수유리 숲속의 그린파크 호텔에서 투숙 중 영감을 얻어 작곡된 곡이다.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이들이 느낀 친근한 한국의 이미지가 보사노바 리듬으로 나타나고 있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Five in a Row'는 ’강원도 아리랑‘이다. 심도있는 선율의 고급 발라드 풍 전개에서 온화함과 관조가 깃든 불교적 느낌마저 풍기고 있다. 세계가 좁아지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살타첼로의 새로운 음악을 들으며 세계인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 한 장의 음반을 통해 흑인적인 것과 백인적인 것 그리고 라틴리듬과 클래식적인 요소는 물론 예술성?대중성?세계성 그리고 한국적 내음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초창기 앨범에서 라틴성향을 강하게 풍기던 살타첼로가 한국성향을 가진 밴드로 확실하게 변신했다. 라틴뮤직이 세계화 된지 50년 남짓, 이제 한국음악이 세계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 그 선두 그룹에 살타첼로가 있다. 그리고 이들이 이루어낸 성과는 만만치 않다. 항상 친근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음악의 즐거움을 전해주는 살타첼로의 다음은 어떠한 모습일까? - 글. 김진묵(음악평론가) ----------------- "재미있는 판을 벌였다"는 정도의 머무는 아쉬움을 달랠만한 국악과 재즈가 만났다. '솔티드'는 우리 전통음악과 재즈가 찰떡궁합처럼 죽이 맞은 보기드문 걸작이다. 2000년 2월 내한공연과 함께 소개된 이 음반은 퓨전음악의 큰 획을 긋는 성과물. 수록곡 12곡을 봐도 단순한 실험성에 급급하지 않고, 이질적인 음악이 만나는 데 대한 치밀한 분석과 오랜 준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첼로가 이끌고 색소폰이 되받으며 피아노가 살짝 배경음을 깔며 이어나가는 네번째 '옹헤야'부터 분위기가 범상치 않다. '강강수월래'는 영화음악처럼 발라드하면서도, 고전음악의 격식에다 우리 고유의 신명, 정한까지 깔끔하게 짜넣었다. 실내악에 바탕한 기본기로 정연한 독일풍 재즈를 만들었다는 것과 양악과 국악 감성이 재즈를 통해 행복하게 결합한 선례가 탄생한 것이다. - 음악칼럼니스트 노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