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보 탱고의 살아있는 전설,
파블로 지글러의 <바호 세로 Bajo Cero>
pablo ziegler - Bajo C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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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lor De Lino (Stamponi)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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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ilonga Del Adios (Ziegler)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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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La Fundicion (Ziegler)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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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Planufer Milonga (Sinesi)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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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Los Mareados (Cobian-Cadicamo)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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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Fuga Y Misterio (Piazzoll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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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ango Duo Pablo Ziegler(piano) & Quique Sinesi(guitar) special guest Walter Castro(bandoneon)
Recorded and mixed at Hansehaus Studios, Bonn Mastered at Sterling Sound, New York by Dominik Maita
내한공연을 통해 국내팬들에게 익숙해진 피아니스트 '파블로 지글러'는 탱고의 아버지 '피아졸라'의 진정한 후계자로 불리는 인물. 이번 앨범은 그 내한공연 라인업 그대로 참여해 만든 작품이다. 파블로 지글러는 1978년 피아졸라의 권유로 그의 전설적인 `누에보 탱고 퀸텟'에 영입돼 피아졸라가 심장병으로 퀸텟을 해체할 때까지 11년동안 세계를 누비며 피아졸라와 함께한 탱고의 산증인. 탱고와 재즈의 결합을 통해 세련되고 모던한 감각을 자랑하는 누에보 탱고(Nuevo Tango)의 1인자로서 피아졸라가 탱고를 무도회장의 춤곡에서 공연장의 감상곡으로 끌어올렸다면, 파블로 지글러는 살아 숨쉬는 탱고음악을 전세계에 퍼뜨리는 '탱고의 전도사'라고 할 수 있다. 격정적이면서도 고요하고, 열정적이면서도 차갑고,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탱고의 오늘을 확인할 수 있는 음반이다. 음반명 Bajo Cero(바호 세로)는 No Bass(베이스 없이)라는 뜻.
현대적인 탱고음악의 관능미
재즈연주가들에게 물어보면 대규모 빅밴드 앙상블 만큼이나 힘든 것이 듀오 편성에서의 작업이라고 한다. 조화라는 음악의 목적에 다가서기 위한 최소 단위이지만, 그 만큼이나 비어 있음을 느끼기 쉬우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주자 상호 간의 절대적인 교감이 절대화되기 때문이다. 아스트로 피아졸라와 함께 '엘 누에보 탱고'를 이끌며 그의 사후 현대 탱고 음악의 적자이자 후계자로 임명된 피아니스트 파블로 지글러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탱고 기타리스트 '퀴케 시네시'와 듀오로 탱고 음악의 진한 향취와 서정을 풀어낸다. 피아노와 기타로 채워지지 않는 탱고스러움을 메우기 위해 몇몇 곡에서는 스페셜 게스트로 탱고 음악에 빠질 수 없는 반도네온을 '월터 카스트로'가 거들고 있다. '뉴 탱고 듀오'라고 명명된 파블로 지글러와 퀴케 시네시, 그리고 월터 카스트로의 어울림은 지난해 10월 내한 공연에서 목격했던 조합이다. 당시 그들은 서울시향과 협연하며 본 앨범에 수록된 곡들과 피아졸라의 작곡들을 연주한 바 있다
클래식이면서 재즈인, 새로운 탱고음악
클래식의 우아함이, 재즈의 자유로움이 날실과 씨줄이 되어 탱고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자극적인 관능미를 엮어낸다. 그 속에는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옛 연인이 다정한 밀어를 나누듯 은밀한 정겨움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아늑함이 있어 따스하다. 리듬과 멜로디의 수행을 겸할 수 있는 두 대의 악기 피아노, 기타이지만, 파블로 지글러와 퀴케 시네시의 화합은 단순히 리듬-멜로디의 분할, 병합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들의 의도는 마치 대화하듯 자극과 반응, 긴장과 이완, 소리의 공간에 대한 배려에 치중하고 있다.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월터 카스트로의 반도네온은 피아노-듀오의 골격을 조력하는 '사운드'로서의 역할에 가까이 있다. 굳이 트리오가 아닌 뉴 듀오 두오로 규정하고 월터 카스트로를 스페셜 게스트로 배치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있지 않았나 싶다. 어디까지 교감의 주체는 피아노와 기타이기 때문이다.
탱고의 관능미를 절제, 고급스러운 언어로 승화
Flor De Lino 아마 꽃
듀오로 연주되는 'Flor De Lino', 'Yuyo Verde', 'Los Mareados', 'Fuga Y Misterio'와 트리오 편성의 다른 곡들의 질감은 그래서 닮은 듯 다르다. 'La Fundicion'에서 건반 위로 흐르는 우아한 아르페지오와 유연한 스윙감, 경쾌한 콤핑은 재즈-클래식을 아우르는 파블로 지글러의 고유한 피아노 스타일이다. 또한 파블로 지글러가 던져놓은 주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타와 반도네온의 댓구는 고도의 인터 플레이에 대한 좋은 예시일 것이다.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허허롭게 떠도는 물결처럼, 이들의 듀오, 트리오의 양식은 탱고를 닫혀진 음악이 아닌 열린 음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탱고도 재즈처럼 변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던 피아졸라의 가르침을 일깨우며, 탱고의 관능미를 절제되고 고급스러운 언어로 승화시키고 있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