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이 노래하는 ‘새’의 음악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흔히 ‘새(Bird)’라고 불렸던 찰리 파커의 본명은 찰리 크리스토퍼 파커 주니어(Charlie Christopher Parker Jr.)이다. 그 이름만으로 이미 당대 재즈 음악의 상징이자 시대적 아이콘으로 통했던 그는 1920년에 태어나 35살의 짧고 강렬한 삶을 살고 간 미국의 대표적 색소폰주자이자 재즈 작곡자이다. 찰리 파커의 음악은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감미롭고 아름답지만, 그 예술적 파격과 실험성은 그야말로 선구적이어서 루이 암스트롱이나 듀크 엘링턴과 함께 후대의 수많은 재즈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손꼽힌다. 찰리 파커는 또한 비밥의 선구자로도 유명한데, 빠른 템포와 탁월한 테크닉, 화성 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즉흥연주 등은 그가 만들어낸 음악적 개가들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음악들이 완성해낸 멜로디와 리듬, 화음 등은 근래의 현대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것들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이나 음악가들로부터 찰리 파커가 그토록 추앙받으며 기억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가 보여준 음악적 깊이와 매력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찰리 파커의 별칭인 ‘새’는 원래 ‘야드버드(Yardbird)’라는 말을 줄여서 붙여진 것이다. 그가 어떤 이유로 ‘새’라고 불렸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다. 항간에는 1936년경 타미 더글라스를 만난 후부터 이렇게 불렸다는 이야기가 있긴 한데, 찰리 파커가 유난히 튀긴 ‘닭고기’ 요리를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차에 치여서 죽은 닭을 찰리 파커가 요리를 해달라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아마도 그의 추종자들에게는 마치 그의 음악이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새처럼 자유롭고 자유분방하다는 의미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찰리 파커가 곧 재즈와 대중음악의 모든 것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1950년대가 대표적이다. 당시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의 음악을 따라하고 흉내 냈다. 내로라하는 재즈 음악가들이 그들의 음악과 음반에 ‘새’와 연관된 이미지와 멜로디들을 담아내는데 열중했고, 대중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그만큼 찰리 파커와 그의 음악은 절대적이고 영웅적이었다. 뜻하지 않던 젊은 나이의 요절도 그의 신화적 이미지를 굳건히 하는데 한 몫을 했다. 공식적인 사인은 폐렴과 출혈성 궤양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이토록 세상을 빨리 떠나게 된 데는 마약과 알코올중독이 큰 역할을 했다. 충격적인 죽음이었지만 결국 이 또한 찰리 파커의 신화를 완성시킨 하나의 사건으로 여겨질 만큼 그의 인생은 극적이었다. 재즈 보컬리스트 ‘아일’이 다시 부른 ‘새’의 음악들을 그래서 너무 반갑고 또 즐겁다. 찰리 파커에게 헌정하는 앨범인 만큼 8곡 모두 그녀에 의해 새로이 편곡된 찰리 파커의 곡들로 꾸며져 있으며 모든 곡에 직접 한국어와 영어 가사를 써 노래했다. 통상 연주자들에 의해 들려지던 찰리 파커의 곡들을 새롭고 재미있게 재해석하여 보컬이 노래한 것은 아마도 ‘아일’이 세계 최초일 것이다. 스캣을 전문적으로 구사하는 재즈 아티스트가 많지 않은 국내 음악계에서 쫄깃쫄깃한 인간 육성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 자체로도 재미있거니와, 여기에 맛깔난 소스처럼 찰리 파커의 음악을 다시 분해해 재구성한 음악적 시도도 참신하고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특히 ‘아일’의 스캣에서는 우리에게 흔한 미국적인 감상보다 유럽이나 특히 프랑스 샹송의 한 구절을 듣는 듯한 매력을 찾아낼 수 있어 미소 짓게 된다. 이는 본래 클래식 소프라노를 전공했으나 후에 프랑스 유학을 통해 재즈보컬을 공부한 그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음반을 듣다보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점에 귀가 솔깃해지고, 찰리 파커에 대한 그녀의 음악 안에서의 사랑 고백을 발견할 수 있어 가슴 설레게 된다. 음악가와 공감을 이룰 수 있는 노래를 만나는 것은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축복이자 오랜 세월 감동으로 남게 된다. ‘아일’은 작은 섬이라는 의미다. ‘섬’과 ‘새’의 만남은 언어적으로도 잘 어울리지만, 음악을 듣다보면 마치 예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호응하고 반응하며 음악을 완성해가는 모양새가 흐뭇한 감상을 남겨준다. 너무 전문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이 음반의 노래들은 그래서 친근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아일’ 특유의 스캣을 즐길 수 있는 ‘버드’를 제일 추천하고 싶지만, 우리 대중들이 좋아하는 멜로디나 리듬이 담긴 ‘사과향기’나 ‘속삭임’같은 곡들도 귓가를 간질이는 재미가 담겨있어 좋다. 모처럼 만난 마음에 드는 음악들이라 즐겁다. 특히 음반을 듣다보면 ‘버드’를 향한 ‘아일’의 애정과 찬사를 느낄 수 있어 좋다. 물론 팬들에겐 결국 이 둘 모두를 향한 찬사로 기억되게 될 테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음악으로 남게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