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계의 작은 거인, 프랑스 재즈가 지닌 미적 감성을 대표하는 인물,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신이 가장 사랑한 피아니스트 미셀 페트루치아니(Michel Petrucciani). 그는 어떠한 수식어가 붙어도 아깝지 않은 음악인이었다.

1962년 12월 28일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선천적 골형성부전증(칼슘부족으로 뼈가 골절되기 쉽고 성인의 체격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병)으로 1m도 되지 않는 키와 30kg의 몸무게로 일생을 보내게 되었다. 재즈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 덕택에 어려서부터 재즈가 생활의 일부였던 그는 어릴 적부터 클래식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쌓았으며 하루에 8~9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매달린 덕에 11살 때는 22세의 청년과 실력을 겨룰 정도였다.

16세에 파리로 이주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친 그는 18세가 되던 해에 뉴욕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본격적인 재즈 피아니스트로써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80년대에는 블루노트를 통해 여러 장의 음반을 발매하였으며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과 함께 연주활동은 물론 앨범 활동도 멈추지 않았다. 1982년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우수상 수상, 1983년 LA타임즈의 올해의 재즈맨 선정, 이탈리아 최고의 유럽 재즈 음악인 수상, 프랑스에서는 장고 라인하르트상 수상, 뿐만 아니라 1984년에는 솔로로 발매한 [100 Heart]가 프랑스의 그래미상이라 불리는 그랑프리 디스크 프릭스 보리스 바앙상을 수상하는 등 재즈계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 후에도 그의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며 명반으로 남겨졌다.

20장 가까이 앨범 활동을 하면서도 그 열정을 숨기지 못해 해외 순회공연까지 감행한 그는 1997년 11월 27일, 서울의 한 특급 호텔 컨벤션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 공연을 치렀다. 그 당시 그는 말없이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 돕기 기금으로 내 놓아, 잔잔한 화제를 남기기도 했다.

1994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으로부터 '레종 도뇌르 훈장'의 최고 단계인 '쉬발리에'를 수여 받기도 했던 그는 1999년 1월, 36세로 숨을 거뒀다. 그가 가진 희귀병 탓으로 가뜩이나 좁아진 흉곽에 균이 침투해 중증 폐렴으로 번지는 바람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물론 전 세계의 재즈 팬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