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dong jin (조동진)
언더그라운드계의 대부 조동진(1947년)은 슈퍼스타의 광채 나는 옷을 입거나 해서 반도 전역을 들끓게 하는 폭발적인 호응으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라 30년 이상을 조용한 읊조림으로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우리 음악계의 큰산이다. 그의 향기를 쫓아온 후배들은 조동진 사단을 형성하고 레이블을 만들면서 그가 했던 음악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파하며 시대를 쫓아 인기의 허상을 정복하는 가수들과는 다른 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아버지가 영화감독 이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조동진의 어린 시절 꿈은 영화 배우였다. 그래서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밥딜런(Bob Dylan)을 비롯한 미국의 포크 음악에 영향을 받으면서 음악 쪽으로 급선회했고 김민기와는 달리 서정적이고 담담하게 삶의 편린들을 고백하는 시인이 되었다. 그는 1968년 ‘다시 부르는 노래’를 작곡하면서 음악인이 되었고 이 노래를 이수만과 서유석이, ‘작은 배’를 양희은이 부르면서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게 쑥스러워서”라는 이유로 10여 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의 솔로 음반을 발표한다. 조동진은 5장의 정규 앨범밖에는 내지 않았지만 ‘행복한 사람’, ‘겨울비’가 들어 있는 1집과 ‘나뭇잎 사이로’와 ‘어둠 속에서’가 들어 있는 2집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 셀러이며 장필순이 부르기도 했던 3집 수록곡 ‘제비꽃’은 아직까지도 리퀘스트 되고 있는 애청곡 중의 하나이다. 중저음과 좁은 음역 사이에서 급격한 피치를 올리지 않는 그의 음악은 단아한 신디사이저 가 통기타 반주가 전부이지만, 음유시인처럼 노래로만 말을 하는 울림은 어떤 화려한 세션들로 가득 찬 음악들보다도 우리의 인식 세계를 공명하고, 곱씹을수록 새로운 맛을 내는 그의 가사는 어떤 미사여구로 꾸민 시나 직설적인 가사보다도 우리를 주억거리게 한다. 그는 여전히 말이 없기로 유명한 공연을 하고 있으며 따르는 후배들과 같이 만든 하나뮤직의 대부로 지지자들에게 조언과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리고 1999년에는 영화 < 산책 >의 음악을 맡아 주제곡인 ‘숲을 찾아서’로 다시 한번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초창기의 명성에 비해 그가 내놓은 후반기의 4, 5집은 그다지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현자의 목소리로 차분히 우리를 위로했다. 그리고 계속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우리의 뒤에서 변하지 않는 산처럼 버티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