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 셰프는 이미 1960년대 중반, 당대 최고의 프리 재즈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드높인 바 있다. 알버트 아일러(Albert Ayler)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격정적인 톤을 간직했으며 [Fire Music](1965)으로 대변되는 여러 장의 중요한 문제작들을 선보인 바 있었는데, 흑인 인권 운동이 절반의 성공으로 막을 내린 1960년대 말 이후 교육자로 변신했다가 그 개성 어린 분노의 연주를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아 많은 매니아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 들어 일본에서 제작된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매우 대중 지향적이고 감미로운 연주 스타일을 시도하며 그 존재를 새롭게 인식시켰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재즈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바일 것이다. 이렇듯 극과 극을 오갔던 아치 셰프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맬 왈드론과의 작업 [Left Alone Revisited]를 통해 그가 행할 수 있는 최고의 연주를 들려줌으로써 빌리 할러데이에게 보내는 맬 왈드론의 연서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