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9회 처용문화제’가 지난 8일 개막해 처용문화제추진위 추산 35만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성료됐다. 사진은 ‘처용월드뮤직페스티벌’ 야외공연장에서 장고3000이 공연하는 모습.

울산시가 주최하고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위원장 변양섭)가 주관한 ‘제49회 처용문화제’가 35만명(처용문화제추진위 추산)의 관람객을 모으며 11일 성료됐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치러냈지만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개막공연으로 김외섭 무용단이 초연한 창작무용극 ‘처용’은 지역 제작의 우려를 딛고 선방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처용가’ 내용을 무용으로 알기 쉽게 풀어냈으며, 처용과 역신, 헌강왕 등을 맡은 남자 무용수들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    

처용문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처용월드뮤직페스티벌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겼다. 야외공연 무대의 경우 해가 있는 오후엔 한산했지만 어두워진 오후 8시께 무대 바로 앞 잔디밭까지 관객들이 꽉 찰 정도였다. 국내 뮤지션들의 해외진출 교두보가 되어주는 에이팜은 깐깐한 디렉터들에게도 호평이었다.
특히 젊은 층의 호응을 얻은 것은 ‘쩌러쩌러 페스티벌’이었다. 추진위와 MOIM 주관으로 만들어진 이 축제는 울산에서 활동하는 어쿠스틱밴드, 힙합그룹, 디제잉, 밴드 등이 풀밭위에서 공연을 들려주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11일 진행된 처용앵글서던쇼는 대구, 부산 등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초청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처용퍼레이드와 폐막식은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찾아왔다. 11일 오후 7시 동헌에서 출발해 울산문화예술회관까지 헌강왕, 헌강왕비, 처용, 시민카니발 참가단 등이 걸어오며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특히 북청사자놀음, 강릉관노가면극, 처용무, 남사당놀이, 통영오광대놀이 5개의 연희마당을 행렬단이 지나가는 거리 곳곳에서 선보였다. 실사스크린으로 처용암을 띄우기도 했다.

하지만 축제와 관련, 50주년을 앞둔 만큼 혁신이 시급할 때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올해와 지난해 축제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거셌다. 50여개의 판매·홍보·체험 부스는 각종 먹거리와 높은 체험비로 범벅된 상업적 성향의 부스로 넘쳐났고, ‘처용’은 처용홍보부스, 처용탈방, (재)울산문화산업개발원의 처용 캐릭터 및 신처용전 홍보 부스 3개에 그쳐 ‘처용문화제’의 이름을 무색케 했다. 심지어 부스 위치나 부스 내용까지 지난해와 동일한 경우도 여럿 있었다. 

올해 처용마당에는 창작극 ‘서낭아씨와 처용’, 창작판소리 ‘상남자 처용’, ‘처용난장’ 등 신규 프로그램을 투입했지만 처용마당을 찾지 않을 경우 시민들이 처용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처용문화제 정체성이 아직도 정립되지 않았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축제에서는 유명한 향가 ‘처용가’ 조차 접할 수 없었다.
한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하지만 퍼레이드를 비롯해 축제에서 사용되는 처용조차 제각각 다른 모습을 띄고 있어 혼란스럽다. 처용문화제 캐릭터를 정하는 등의 통일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처용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정해 평소에도 처용을 회자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새로운 장소를 물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중교통편도 원활하지 않고, 축제는 울산문예회관 주차장에서도 열리고 있으며, 지하주차장 수용가능수가 420여대 정도에 불과해 사실상 30만 명의 관람객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축제에 앞서 열린 학술제 역시 개최만 할 것이 아니라 학술제에서 나온 의견들을 내년 축제에 바로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