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경제]‘인생’ ‘커피 칸타타’ 커피 향이 머무는 앨범들 2018-11-13

     
     
     
     
     
    날씨가 선선해졌다. 열어둔 창문은 닫고, 불을 켜 물을 끓여본다. 금방 볶은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맛은 향기와 함께 공간을 따뜻하게 채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커피와 함께 들을 만한 앨범. 들국화 출신 조덕환의 미공개 앨범부터 커피를 사랑했던 클래식 작곡가들의 오마주까지, 커피 향이 머무는 곡들을 들을 차례다.

    ▶들국화 출신 조덕환의 유작 앨범 2집 ‘인생’

    들국화 노래로 청춘의 한 챕터를 보내본 사람이라면 꼭 들어봐야 할 앨범이 나왔다. ‘들국화’ 1집의 기타리스트이자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축복합니다’, ‘세계로 가는 기차’와 같은 명곡을 만든 ‘조덕환’의 유작을 모은 2집이 발매된 것.

    1980년대 들국화가 언더그라운드 뮤직의 국민 밴드로 우뚝 섰을 당시, 음악적 견해 차이와 집안의 반대로 도미한 그가 오랜 타향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것이 2009년. 들국화 재결합을 알린 2012년 앨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그의 이름이 사후에야 뮤직 앨범에서 발견됐다.

    솔로 2집을 준비하던 2015년, 갑작스런 암 진단을 받은 조덕환은 항암 치료에도 불구, 다음해 세상을 떠난다. 지난 10월 발매된 앨범 ‘인생’은 솔로 2집을 준비하던 그가 남긴 데모 음원과 홈 레코딩 음원을 모아 발매된 앨범이다. ‘인생은 연기 속에 인생은 세월 속에/인생은 바람 속에 인생은 순간 속에(중략)/욕망의 열차는 끝없이 끝없이/날 깨워 오라 하는데/내 마음의 열차는 흔들리면서/천천히 가려 하네’(‘인생’ 중) 특유의 비음이 매력적인 2번 트랙 ‘Fire In The Rain’은 2016년 발표 당시보다 사운드가 풍부해졌고, 마치 실제 그의 인생을 가사 안에 담은 듯한 ‘인생’은 칼칼한 목소리가 더해져 듣자마자 ‘아, 조덕환이구나’ 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록큰롤, 블루스, 포크 등의 서양의 고전적 대중음악의 감성을 멜로디가 강한 들국화의 특성에 잘 접목시켰던 조덕환만의 아이덴티티를 발견할 수 있는 앨범이다. 거의 모든 곡들이 전문적인 스튜디오에서 녹음하지 못한 채 고인이 눈을 감았기 때문에 생전 함께 작업을 이어 나갔던 한두수와 김나하비 등 각계 선후배가 함께 재작업했다. 조덕환의 2집 앨범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는 들국화 1집을 만든 장인의 소리를 다시 경험해보자. 들국화를 모르는 요즘 세대들에게도 강추하는 앨범이다.

    ▶국내 1호 음악 코디네이터의 ‘커피 칸타타’

    “나는 아침 식탁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벗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커피를 빼놓고는 그 어떤 것도 좋을 수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60여 가지나 가르쳐준다.”(베토벤) 커피를 예찬한 음악가들이 만든 곡, 커피 CF에 등장한 클래식, 차와 관련된 곡들. 음악평론가이자 코디네이터, 방송인이자 『열려라 클래식』, 『이럴 땐 이런 음악』의 저자이자 국내 음악 코디네이터 1호라고 할 수 있는 이헌석 음악평론가가 커피를 주제로 한 클래식 앨범을 발매했다. CD1의 바흐 ‘Collegium Aureum’에는 ‘아! 커피 맛은 정말 기가 막히지’라는 재미있는 부제가 붙어 있다. 바흐는 작곡을 시작하기 전이나 작곡 도중 혹은 작곡을 다 마치고 난 뒤에도 커피를 마시며 악보를 살폈고 커피 하우스를 즐겨 찾아 사람들과 사교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CD2에 4번째 곡으로 수록된 슈페르트의 ‘악흥의 순간 Allegro Moderato’에는 ‘커피를 줄였습니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차이코프스키 등은 모두 커피 애호가. 커피에서 영감을 받아서 혹은 커피와 함께 예술로 승화되어 탄생한 위대한 작품들도 적지 않다. 음반에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5번 전곡과 영화 ‘쇼생크 탈출’을 통해 유명해진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등장하는 아리아 ‘산들바람 부드럽게’, 피아노 소나타 11번 3악장 ‘터키 행진곡’ 등이 다채롭게 수록되어 있다. CD1 ‘COFFEE CANTATA’에서는 클래식 작곡가들의 커피 예찬곡을 테마로 묶었고, CD2는 커피 광고음악에 사용된 클래식을, CD3 TEA에서는 허브차, 자스민차, 마테차 등등 다양한 차를 즐길 때 각각의 풍미와 어울리는 ‘차와 함께하는 클래식’을 모았다. 커피를 동경했던 예술가들의 명작을 커피를 내릴 때, 커피를 마실 때 틀어두면 좋은 앨범이다. “이 음반을 통해 뜨겁고 진한 커피와 함께하는 클래식이 오히려 트렌디하게 느껴지는 신비한 경험을 느끼게 될 것이다.”(유영석)

    [글 박찬은 기자 사진 ㈜굿인터내셔널, 루비레코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3호 (18.11.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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