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Trolls (뉴 트롤스)

그것은 신화였다. 저 황량했던 시절, 절대 명반이라 일컷는 음반은 고사하고 이름만 대면 뻔히 알만한 음반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게다가 요즘처럼 신속하게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것에 비할 수가 없었던 사막같은 시절에, 뉴 트롤스를 접한 음악 애호가들은 마치 수맥을 발견한 이들처럼 부르르 온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그 때가 언제인가. 지금으로 15년 전쯤, 미국 중심의 음반 정보에 식상한 애호가들은 아트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장르에 서서히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 촉매가 되었던 프로그레시브 음반도 하나둘 소개되어 오랜 음악적 기갈이 차츰 해소될 무렵, 그야말로 밤하늘에 터진 애광탄처럼 국내에 소개된 이탈리아 아트록그룹 뉴 트롤스는, 물론 '빽판'이라 불리는 해적판이라서 지짖거리는 잡음이 신경에 거슬리긴 했지만, 정년 그 백미앞에서 숨죽이며 경탄할만한 음악적 충격이었다. 심지어 지글대는 잡음조차 그 순간에는 신화를 구성하는 빼놓을 수 없는 아우라(Aura)였다. 뉴 트롤스는 1966년 기타에 빗토리오 데 스갈치, 기타 겸 보컬에 니고 디 팔로, 타악기에 지아니 벨레노, 베이스에 조르지오 아다모, 키보드에 마오로 치아루기 등 모두 5명이 의기투합해 출발한 그룹으로 여러번의 탈퇴, 재결합에도 불구하고 리더 빗토리오 데 스칼지 주도에 따라 오랫동안 음악적 순결을 지킨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아트록 그룹이다. 출범하던 첫 해에 제노바의 정평있는 음악잡지로부터 그해 최고의 언더그라운드 그룹으로 꼽힌 이들은 이듬해 1967년부터 세계 최고로 일컬어지는 롤링 스톤즈의 이탈리아 순회공연에 함께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첫 싱글 [Sensazion]으로 말그래도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한 그들은 이후 [Vision], [Senza Orario, Senza Bandiera] 등을 발표한 끝에 드이어 1971년 이탈리아 음악사의 이정표가 되는 문제작 [Concerto Grosso 1]을 내놓게 된다. 이 순간부터 아트록의 역사는 오로지 뉴 트롤스를 중심에 놓고 쓰여지게 된다. 영화음악가 루이 바칼로브와 음악 제작자 바로도티의 제안으로 기획된 이 컨셉트 앨범은 록과 클래식을 융합시키자는 형식상의 대대적인 실험은 그 장대한 형식 안에 당시 이탈리아 사회를 억누르고 있떤 불안한 정황을 표현한 심오한 내용을 접합시킨 것으로 발매 순간부터 지금까지 대중음악사상 절대적인 명반으로 꼽힌다. 특히 햄릿의 유명한 독백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실로 허무하기 짝이 없는 잿빛 보컬에 깔리는 [아다지오]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들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결정적인 곡이 된 바 있다. 이후 뉴 트롤스는 자기 나름의 고유한 음악의 길을 꾸준히 걷다가 드디어 1975년 [Concerto Grosso 2]를 발표하게 된다. 주요 멤버의 잦은 이탈과 재결합으로 어수선하였던 뉴 트롤스이지만 역시 명불허전, 이 앨범마저도 명반의 팡테웅에 수록되는 영광을 입었으니 실로 뉴 트롤스의 음악성을 다시금 환기시켜 준 다음 곧 여러 장르의 장점을 골고루 취하여 다양한 음악적 실험과 보컬의 섬세한 기운을 생동감있게 표출하여 우리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다.